[내 방여행하는 법]을 소개하자면 지금은 프랑스에 귀속된 사보이아의 장교 [그자비에 드 메스트로]가 다른 장교와 결투를 벌인죄로 가택연금형을 받으면서 42일간의 여행기(?)를 쓴 글입니다.


흡사...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독방에서 풀려난 후에 본인은 모짜르트와 대화를 했다며,

고생했다고 격려하는 교도소친구들에게 뒤통수때리는 말을 하는 것과도 비슷한 매락인데요

작가는 화가로도 활동할만큼 워낙에 여러 분야에 호기심과 재능이 있었다고 하니 정신세계만큼은 남달랐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망상적인것이 아닌가 할때에도 있는데 그럴 땐 먼저 선수쳐서 분위기환기까지하는 재치가 있네요.

정독을 해야할만큼 철학적인 문체와 그림, 문학을 언급하고 있어 매우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게으른자여, 그대도 일어나 함께하자! 사랑의 배신을 겪고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과 담을 쌓으려는 음울한 생각으로 가득한 그대여, 밤의 상냥한 은둔자로 세상과 인연을 끊고 규방에 평생 틀어박힌 그대여, 그대들도 오라! 나를 믿고 그 음침한 상념을 떨치고 오라! 그렇게 해서 잃을 건 찰나의 지혜도 깃든 바 없는 순간의 쾌락뿐이다."


찰나의 지혜도 깃든 바 없는 순간의 쾌락이라..

글을 많이 쓰는 사람만이 조합할 수 있는 문장인것 같습니다.

(번역하시는 분의 능력일까요)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이런한 문장들의 연속입니다.

그러니 집중하고 하나도 놓치기싫어 하이라이트 표시까지하고 읽고 있네요.


(혹시 밀래의 서재를 이용하시는 분 중 도서반납후 독서노트도 그냥 소멸되는지 아시는 분 계시면 말씀 부탁드려요~)


'정해진 길을 고집하지않고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듯 자신의 상념을 좋는 것보다 더 매혹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상념이 많고 그것이 즐거운 저에게 이어찌 설득력있지 않을수 있나요~


글 도입에는 창작하는 것, 글을 쓰는것, 여행하는것에 대해 내가 하고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것 같고 표현력에 취해 즐겁게 읽었으나 읽을수록 망상에 가깝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으나 앞서말했듯이..너무 좀..그런데 싶은지점에서는 자 암튼~친애하는 독자여 이리와서 아침을 같이 합시다~이런식입니다.ㅎ



' 의자란 얼마나 훌륭한 가구인가. 사유하는 인류에게 이보다 유용한 물건을 없으리라' 


' 기나긴 겨울밤 세상사 소란에서 벗어나 그속에 몸을 묻고 있으면, 한없이 차분해지고 때로 달콤함까지 깃든다. 벽난로 물이 활활 잘 타오르고 내 손에 책과 펜만 있으면 지루할 짬이 어디 있으랴.

사그라지는 불을 다시 키우기 위해 책과 펜을 손에서 놓았다가 그대로 즐거운 상념에 빠져 지인들을 기쁘게 할 시의 운을 다듬는 일도 달콤하디달콤하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한없이 흘러 영원의 침묵에 이르고, 시간이 빚어내는그 슬픈 여정을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이 대목에선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코코아를 주문해놓고 다시 책을 들었네요..ㅎ


침대를 여행하는 대목또한 공감하고 감탄하며 예리함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침대에 대한 통찰이라고 할까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외에도 잊고싶지않은 문장들이 많습니다.

' 생각과 발견의 거리'


' 하늘도 지상에 아름다운 하루를 선사하고 싶을 때 여명이 번질무렵 구름을 이 매혹적인 색조로 칠하지 않던가 '


' 무도회에서 여인들 뿐 아니라 남자들까지 이 매력적인 회화작품을 대놓고 만끽하느라 파트너는 물론, 춤도 잊고 무도회의 모든 즐거움까지 망각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아주 신나는 가드리유를 추는 와중에도 경탄해 마지않는 가운데 그 작품을 힐끔거린다. 이러니 아펠레스의 걸작 반열에 이 작품을 올려놓는다해서 누가 이의를 달 것인가'

여기서 설명하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는 매력적인 회화작품은 바로 거울입니다. 재미있는 통찰입니다.


의자부터 시작해 내면으로 확장해가며 희노애락을, 한칸방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를, 인간에게 존재하는 것을 동물성과 영혼으로 나누어 대칭시켜가며 서술하고 있는데요

맞는 말이죠..... 책을 읽으며 영혼없이 페이지를 넘긴적이 저만 있는것은 아니죠..? 분명히 동물성과 영혼은 나누어 있긴하죠.


'100여쪽 남짓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온갖 형식과 주제가 분방하고 경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문체에 녹아들어 훗날 수막은 위대한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옮긴이 장석훈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며 개선사항이 있어 게시판에 두번째로 남겨보네요. 이렇게 적극적인 성격아닌데 말이죠.ㅎㅎ)


+ Recent posts